출근 길 포스코 앞 가로수들 사이로 들려오는 매미 소리를 들어 본 일이 있나요?
아. 이런 빌딩 숲 속에서 매미소리를 듣게 될 줄이야.
벌써 3년 전 여름이었던가요.
이글거리는 도로 위, 어지럼증을 일으킬 정도로 쨍했던 햇볓 아래에서 들은 매미소리를
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.
길고 긴, 어두운 터널 같던 지하도를 걸어나오는 길에 오아시스의 음악을 들으면서, 저 멀리 출구에서 비추어 들어오는 강렬한 여름 햇빛을 보고 희망을 생각했던 그때의 기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요.
그 한 낮의 매미 울음소리와, 여름햇빛과, 한밤 중 풀벌레 소리를 듣고 나는 곧잘 마음 아파하며, 괴로워하고, 즐거워하며 눈물 짓곤 했습니다.
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해야 할 작업을 하지 못하고 풀벌레 소리와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다 다음날 과제를 안해가서 벌금을 물고는 했어요.
그 때의 나는 그렇게 당장의 현실의 세계에서 충실할 것 보다는 그런 풀벌레 소리, 햇볓에 빛나는 나뭇잎과 바람소리, 우정 같은 것들에 곧잘 마음이 흔들려버리곤 했던 것 같습니다.
왜 그것들이 그렇게 내 마음을 흔들었던걸까요.
생각해보면 지금도 그러한 증상을 가지고 있음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는 듯 합니다.
이 밤의 적막과 고요함은 또 다시 내게,
[해야 할 일] 을 [이쯤되면 이미 이제 더는 중요하지 않은 것] 으로 만들어버렸어요.
"학원 과제를 할 시간은 밤 밖에 없는데,
나는 왜 이렇게 숙제가 하기 싫지요?
숙제이기 때문인가.
밤이 되면 자꾸만 자꾸만 잡생각에 빠져들어서 잘 안돼요.
왠지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들어서 옛일을 추억하면서 이상한 글이나 쓰고...엄한분에게 하소연을 하고"
라고 하며 웹하드 주소를 좀 알려달라고 메신저로 말을 걸어 온
얼굴도 익지 않은 엄한 학원 동료분에게 또 주책을 부렸으니.
얼마 전 밤에는 사랑하는 친구생각에 눈물로 밤을 지새운다고 또 과제를 못해갔는데.
불편하기 짝이 없는 성격이지만, 한편으로는 저의 이런 점이 싫진 않습니다.
이런 감정들을 느낌으로 인해 사는것이 더 풍요롭게 느껴진다고 할까요.
물론 중요한 순간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정말 큰일이니 자제가 필요하겠지만요.
seri
2009/08/06 01:56
2009/08/06 01:5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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